어디선가 한 번 쯤은 본 듯한 이 특이한 그림은 주세페 아르침볼도가 그린 '베르툼 누스'입니다. 현대의 관점에서 보아도 개성이 뚜렷하고 흔한 그림은 아닙니다. 1590년에 그려졌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고 더 놀라운 사실은 그림 속 주인공은 황제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루돌프 2세라는 사실입니다. 실험적이고 기괴하며 기존에 알고 있던 완전히 다른 차원인 황제의 얼굴을 식물과 과일로 채운 이상한 초상화는 어떻게 탄생된 것일까요?
> 베르툼 누스의 탄생
아르침볼도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 실력을 인정받아 신성로마제국의 궁정 화가로 임명되어 27년간 활동합니다. 그 기간 동안 그는 3명의 황제를 모셨고 초창기에는 전통적인 화풍을 잘 계승했습니다. 그의 화풍에 변화가 생긴건 두 번째 왕 막시 밀리안 2세부터입니다.
막시 밀리안 2세가 활동하던 16세기 중반 유럽은 탐험가들이 등장했고 그들이 개척한 아프리카, 아메리카의 신기하고 이국적인 것들을 유럽으로 가져옵니다. 그때 식물, 동물 등 자연물도 함께 들여옵니다. 막시 밀리안을 2세는 세로운 문물에 관심이 많아 세계 각국의 진귀하고 신기한 것들을 수집하는 것을 즐겼습니다. 이것은 아르침볼도에게도 영향을 미쳤고 그림에 새로운 소재가 되어 그려 넣기 시작했고 막시 밀리안 2세도 그에게 후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아르침볼도는 신대륙의 문물에 영감을 받아 총 8점의 인물화를 황제에게 선물했는데 그것은 '사계'와 '4 원소'였고 그림의 주인공은 막시 밀리안 2세였습니다. 그림이 공개되는 순간 주위 신하와 사람들은 불경스럽다고 했지만 진작 막시 밀리안 2세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습니다. 황제는 아르침볼도의 그림을 완전히 이해했기때문입니다.
아르침볼도는 지구를 구성하는 4 원소(물, 불, 흙, 공기)와 사계(봄, 여름, 가을, 겨울)를 황제와 결합해 황제가 지구를 관장하는 의미와 정면이 아닌 옆모습을 그림으로서 신성로마제국의 권위와 위상을 표현했습니다. 황제의 그림에 대한 애정은 아르침볼도가 기획한 행사에 그림 속 분장을 한 채 참여했다는 일화가 전해지기도 합니다.
아르침볼도를 신임은 막시 밀리안 2세의 아들 루돌프 2세까지 이어집니다. 그는 아버지 뒤를 이어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는데 유연했고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예술품이 있는 방이라는 쿤스트 캄머를 마련해 개인 소장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쓰기도 했습니다. 아르침볼도는 쿤스트 캄머의 책임자가 되어 새롭고 진귀한 문물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난생처음 보는 것들은 아르침볼도를 자극했고 적극적으로 그림에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그림 속에는 당시 유럽에서는 볼 수 없었던 옥수수, 토마토 등 신대륙의 작물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 베르툼 누스
베르툼 누스는 아르침볼도의 도전과 영감이 집대성된 그림으로 자신을 적극 지원해 주는 황제 아돌프 2세에게 선물하기 위해 완성되었습니다. 루돌프 2세를 강낭콩 눈썹, 옥수수 귀, 사과 볼 등 온갖 수확물로 표현을 합니다.
베르툼 누스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계절의 신입니다. 화가는 황제를 신에 빗대어 표현함으로써 황제의 권위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또 옆면을 보여주는 형태를 벗어나 정면을 보는 그림으로 변화되었는데 전통적인 모습에서 벗어나면서 당시 등장하던 트렌드를 담으려던 도전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정면의 모습에서도 그림 속 얼굴을 잘 나타내기 위해 작물들은 잘 정리되었고 루돌프 2세의 초상화와 비교해 보면 어딘지 모르게 닮아 있습니다. 기괴해 보이지만 다른 초상화들이 외면의 권위에만 집중을 했다면 아르침볼도의 그림은 비유를 통해 권위를 표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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