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위에서 자신을 그리는 화가를 응시하고 있는 젊은 여인의 모습이 우아하고 아름답지만 표정은 어딘가 모르게 슬픔이 느껴집니다. 화창한 날씨,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떠 있고 들풀은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살랑살랑거리고 여인의 스커트도 바람에 흔들립니다. 그리고 모자를 쓰고 볼은 빨갛게 상기된 채 먼발치에 어린 아들이 엄마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습니다.
이 그림은 화가 모네의 가족으로 1875년 완성한 '양산을 쓴 여인'입니다
> 양산을 쓴 여인
모네는 대표적인 인상주의 화가로 풍경과 모델의 색감을 빛의 따라 변화하는 대로 표현합니다. 여인의 머리카락은 양산의 빛을 받아 하늘빛으로 표현을 헸고 여인의 얼굴과 드레스는 양산에 가려져 거의 빛을 받지 못하고 어둡게 묘사되었습니다. 모네가 모델을 역광으로 바라보고 있어 전체적인 그림은 화사하지만 진작 모델은 어둡게 표현된 것이죠.
모네는 빛에 따라 변하는 색감을 넘어 빛의 떨림과 움직임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하늘의 구름이 떨리는 듯 그려진 것이 대표적이 빛의 떨림 묘사입니다. 지그재그로 움직이는 선들이 거침없이 힘찬 붓터치가 마치 구름이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여인이 서 있는 들판의 풀잎도 여기저기 흩날리는 것이 느껴집니다.
들판에 드리워진 여인의 그림자는 검은색이 아닌 풀잎과 대비를 이루는 색으로 어둡게 표현됩니다. 세상이 완벽한 검은색을 없다는 이론이 모네의 그림에서 증명되었습니다.
> 그림 속 모델은 누구?
그림 속 모델은 클로드 모네의 영원한 뮤즈이자 아내인 카미유 동시외입니다. 원래 그림의 제목은 '카미유와 쟝(모네의 아들)'입니다. 그림 속 까미유와 아들의 모습은 얼핏 보면 평화롭고 행복해 보이는 일상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왠지 모를 슬픔이 보입니다.
25살의 모네는 18살의 까미유 동시외와 화가와 모델로 처음 만나게 됩니다. 두 사람은 바로 사랑에 빠지게 되었고 동거를 하던 중 아이가 생겨 결혼을 계획합니다. 그런데 모네의 아버지는 까미유가 가난한 집안에 모델이 직업이라는 이유를 들어 결혼을 반대합니다. 모네는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까미유와 결혼합니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 결혼이라 아버지의 지원은 완전히 끊겨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모네의 신혼은 그의 생애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 행복감도 점점 퇴색되고 모네와 까미유의 사이가 갈라지기 시작합니다. 항간에는 모네에게 다른 여인과의 불륜설이 있었는데 이때가 '양산을 쓴 여인'이 완성될 무렵이었습니다. 그림 속 까미유의 표정이 슬픈 이유도 불륜설과 관련이 있다는 평도 있습니다.
'양산을 쓴 여인'이 완성되고 3년 뒤 까미유는 둘째 아들을 출산 후 건강이 좋지 못했고 자궁암으로 32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을 하게 됩니다. 그녀의 죽음을 경험한 모네는 심한 자책감에 시달리며 오랜 시간 자괴감에 빠져 있었다고 합니다.
'그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이 탄생하기까지 (0) | 2024.07.22 |
---|---|
알폰소 무하의 '사계'에 담긴 의미 (0) | 2024.07.12 |
고갱이 타히티로 간 이유 (0) | 2024.07.04 |
고갱의 너 언제 결혼하니? (0) | 2024.06.22 |
고갱, 너 어디로 가니? (0) | 2024.06.22 |